우리는 하나다

날 아는 이들 속에서 
2006년 2월 6일부터 나흘 동안 제9차 PCA한인목회자 수련회가 아틀란타에서 열렸다. 머리엔 어느새 새하얀 머릿결이 드리워지고, 지워지지 않는 주름들로 세월을 그려가는 노 선배님들. 학창시절 강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치신 은사님들도 계셨다. 서로 마주잡은 손길로 어느새 만감이 교차했다. 시집간 딸이 보고 싶던 친정어머니 품안에 안겨 지난날의 수고를 내려놓듯 참 쉼이 찾아 들었다. 차림새도 비슷해서 경계를 풀고 자유를 허락한 사이. 서로를 이해하는 눈길로, 서로를 격려하는 입술로, 서로의 미래를 축복하는 가슴으로, 서로의 현장을 빌어주는 손길로 하나 된 만남이었다. 하나둘 모여드는 종들의 모습에서 금의환향하는 늠름함도, 수고에 겨워 고단함도, 생기를 잃은 듯 허전함도 느껴졌지만 우린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알고 있기에, 작든 크든 짊어진 짐들은 누가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몫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었기에 이에 침묵했다. 나와 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들. 나도 그렇듯이 저들도 보다 좋은 것을 뒤로하고 어려운길 가기로 선택한 이들이기에 고마웠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덜어졌다. 삶의 현장이 같고 목적이 같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깊은 산골짜기를 조용히 흘러내리는 샘물 같았다. 마실수록 시원하고 나눌수록 살맛이 일어났다. 이 가슴, 저 가슴에 흐르는 삶의 이야기는 때때로 웃음도 짓게 하고, 눈시울도 젖게 했다. 하루 이틀 함께 자고 함께 먹는 식탁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갔다.

이제 내려가야지
사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속 하늘 상공에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구름에 덮인 하늘 아래 내가 살아가야할 세상이 있었다. 아직도 살아남은 자의 몫이 있기에 보다 나은 참 삶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할 이들에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딩동! 의자를 세우고, 컴퓨터를 끄고, 안전벨트를 하라는 신호였다. 이제 내려가려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내려가야지. 나를 기다리는 그들의 품으로, 나를 기다리는 성도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주저함 없이 내려가야지. 그들과 함께해야 할 삶이 남아있다는 기쁨하나만으로도 내려가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 변화산에서 제자들에게 내려가자 하시던 주님의 음성이 떠올랐다. 변화산이 이 보다 높진 않았으리라. 그러나 마음으로는 한 없이 높은 곳에서 주님과 함께 했던 사람들. 그 주님의 음성이 오늘은 이 가슴에 들려온다. 내려가자. 나와 함께 하늘의 뜻을 이뤄가야 할 성도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언젠간 더 높고 높은 하늘로 오르는 그날을 위해 오늘은 내려가자. 거기서 하나 됨을 선포하고 빛으로 어둠을 바꾸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자.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엘리야가 이미 왔으되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임의로 대우하였도다 인자도 이와 같이 고난을 받으리라” (마17:12).

최순철 - 0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