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고 동그랗게

동그라미 선생 동그라미 제자
경상북도 영주에서 여고시절을 보낸 이영주 자매. 그녀는 수학을 제일 싫어했다. 그 이유는 수학선생님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시험문제를 틀린 만큼 회초리를 드셨던 선생님의 무자비(?)한 모습에서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비추어진 수학 선생님. 얼마 전 영주자매는 수학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친구로부터 듣게 되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 유품을 정리하다 책상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단다. 여고시절 담임하셨던 졸업반 사진이었다. 그런데 사진에는 여기 저기 제자들의 얼굴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교내신문에 실린 “동그라미 선생과 동그라미 제자”라는 제하의 글이 생각났다. 수학선생님의 글이었다. “제가 선생을 하는 이유. 제자들을 가르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동그라미인생이 되어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제자들의 얼굴에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어제도 오늘도 사랑의 매를 드셨던 것이다. 동그라미 제자로 만들려고 제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훈육의 따끔한 회초리를 드셨던 것이다. 친구의 마지막 말이 더욱더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영주야! 네 얼굴엔 동그라미 두개!”

동그란 동그란
동그란 접시위에 동그란 무교병. 동그란 잔속에 가득 채워진 포도주. 동그랗게 둘러앉아 떡을 나누고, 잔을 나누셨던 예수님과 제자들. 동그란 가시면류관 이마에 드리우고, 동그란 머리 못에 동그란 망치로 동그랗게 흔적을 남기신 그리스도. 내 죄를 사하시기 위해 흘리신 보혈이 알알이 줄지어 흐르고는 발가락 끝자락에 잠시 멈추다간 동그란 방울 되어 뚝 뚝 떨어진다. 하늘나라 동그란 무지개, 보좌를 둥글게 둘러서 경배를 드리는 동그라미 무리들. 우리는 동그라미 예수를 닮아가는 동그라미 그리스도인이다. 모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온 세상을 끓어 안으신 주님의 사랑은 원래 동그라미였으리라. 하늘나라 가족사진 속 내 얼굴엔 동그라미가 몇 개일까? 우리가 예수를 믿고 예수의 제자가 된 이유는 가슴에 동그란 사랑을 품고 세상을 복음으로 덮어가고, 적셔가고, 안아가라는 사명이리라. 스승의 바라심처럼 동그란 맘과 삶을 위해 부끄러운 흔적들을 지워가며, 깨끗함과 새로워짐을 위해 가슴을 쓸어내리며 동그란 통회의 눈물을 흘려보자! 나아가 내 뒤에 등 돌려 선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동그란 지구 저 땅 끝까지 달려가며 복음의 동그란 땀방울 흘려보자. 하늘나라 내 얼굴에 동그라미 지워지는 그날까지.

“너희가 진리를 순종함으로 너희 영혼을 깨끗하게 하여 거짓이 없이 형제를 사랑하기에 이르렀으니 마음으로 뜨겁게 피차 사랑하라 너희가 거듭난 것이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하나님의 살아 있고 항상 있는 말씀으로 되었느니라”(벧전1:22-23).

최순철 - 0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