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철새처럼

시베리아의 추위는 살갗을 에는 살인적 추위라 한다. 동물마저 추위에 대처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시베리아에 서식하는 철새들이 떼로 몰려 죽어 있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철새가 위험을 느끼는 경우는 영하 수십 도의 날씨에 체감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북풍한설이 불어오는 경우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살아남는 철새가 있다. 대게 바람을 피해 구석지고 후미진 곳에 몸을 숨기고 추위를 피하려는 철새들은 어김없이 얼어 죽는다. 그러나 살아남는 철새는 북풍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바람을 맞아 날개를 편다는 것이다. 바람을 따라 날개를 펴고 “바람아 오너라” 하듯 바람을 맞아 하늘로 비상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날개로 균형을 잡는 일 외에는 온 몸에 힘을 빼고 바람이 부는 데로 맡겨버린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철새들은 바람에 실려 따뜻한 봄의 들녘으로 인도된다는 것이다.

인생에도 때때로 꿈을 얼어붙게 하는 북풍한설의 시험이 몰아칠 때가 있다. 오늘 내가 처한 상황은 어떤가? 내게 느껴지는 영적인 체감온도는 어느 정도인가? 북풍한설 같은 시험들이 불어오면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성도간의 따뜻했던 나눔이 얼어 붓고 만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벙어리 냉가슴이 된다. 만남이 어색해진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등 돌려대고 앉아 나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즐거워했던 사람이 사람을 멀리하고 나 홀로 두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 모든 것이 삶의 북풍한설이다. 그러나 시베리아 철새처럼 바람을 맞으러 일어서라. 시험에 놀라지 말고 어깨를 펴라. 지난날 그대의 가슴에 성령의 기운을 일으킨 은혜의 바람을 기억하라. 그리고 마음을 세워라.

그리스도가 나를 구원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그 날. 그 순수했던 마음은 결코 어제로 끝난 것이 아니다. 주안에서 언제나 오늘이다. 오늘 우리는 기도의 날개를 펴고 성령의 새바람을 맞아 온 몸과 마음을 맡겨야 한다. 나의 경험과 실력과 의식의 힘을 빼고 영풍에 삶을 완전히 실어 올려보라. 오늘은 추워도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새날엔 따뜻한 봄의 들녘인 은혜와 감동의 초원에서 그대를 보게 되리라.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10:13).

최순철 - 0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