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길

다시 돌아왔다. 3년 9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로뎀교회 설립 이래 가장 크게 부흥했던 곳이다. 사역과 섬김에 있어서 가장 탁월했던 시간들이었다. 열정을 지닌 사람들의 순수한 헌신들이 있었다. 이미 한달전부터 준비해온 예배당 이전문제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2007년 마지막 날.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안수기도를 받은 성도들은 저마다 하나 둘씩 입을 모아 그 새벽에 이삿짐을 쌌다. 열네자짜리 트럭으로 가득하고도 남는 짐들이었다. 합심해서 모여든 자원자들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 능력을 보여줬다. 그토록 추운 일기에도 머리에는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등줄기를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그저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이었다. 좋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싱글벙글이었다. 우리 로뎀교회는 원래 이랬다. 저력이 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도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우리를 보실 것이다. 그분의 기대하심만큼 우리는 부흥할 것이다. 훈련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있어 한다.

솔직히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느낌 중에 하나는 탕자 같은 느낌이다. 뭔가를 잊어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마음이다. 그러나 결코 초라하지 않다. 서너 해를 넘기면서 우리는 성숙해지고 자랐다. 잃어버린 은전을 찾기 위해 등불을 밝혔던 여인처럼 잃은 영혼을 찾으려는 가치도 높아졌다. 인간관계의 소중한 의식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때로는 매도 맞고, 때로는 길을 잊어버리고 당황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나를 위한 아버지의 배려였다. 맞을 땐 맞아야 했다. 그리고 깨어졌다. 두터운 자아가 깨어지기 위한 시련은 혹독했다. 고통도 그랬다. 맞아서만 깨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뜨겁게 사랑하고, 의를 붙들고 제대로 살려고 발버둥 쳐도 깨진다. 한번 철저히 말씀대로 살려고 애써보라.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도저히 자신은 말씀대로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산산조각이 나고, 철저히 깨진다.

참회록은 죄인이 쓰는 것인 줄 안다. 그러나 참회록은 성자가 쓰는 것이다. 뜨겁게 하나님을 사랑한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깨지면서 고백하는 것이 참회록이다. 그래서 성자 어거스틴이 참회록을 쓴 것이다. 깨질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스며들 수 있다. 왜 믿는다고 하면서 메마르고 거친가? 깨짐이 없기때문이다. 왜 지속적인 능력이 임하지 못하는가? 맞아서 깨지는 것 외에는 깨지는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사사기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말씀대로 산다고 발버둥치고, 내가 말씀대로 살았다고 외치는 것이 율법주의이다. 나는 올바른데, 남은 모두 거짓 선지자라고 외치는 것이 율법주의이다. 진정한 헌신과 뜨거운 사랑은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고백과 함께 깨지는 것이다. 이런 깨짐만이 교회에 새생명을 줄 것이다.

최순철 - 0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