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깨끗한 구유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었기에

신학자 지오반니 빠삐니는「예수의 생애」라는 책에서 스스로 질문한다. “예수께서 이 넓은 천지에서 왜 하필이면 짐승의 구유에 태어나셨는가?” 성화나 성탄절 카드에는 외양간이 멋지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얼마나 냄새나는 곳인가. 짐승의 여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오물이 굳어진 동물의 처소였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여물통에 자식을 눕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대 왜 예수님은 그곳에 누우셨을까? 지오반니 빠삐니는 스스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외양간에 태어나셨던 것은 그 곳이 그분이 이 세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깨끗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요셉과 마리아가 호적을 위해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복중의 아기 예수가 세상 속으로 들어오셨다. 사관에 빈방은 없었다. 가득 차버린 사관마다 들려오는 잡다한 이야기 소리. 오랜만에 호적하러 돌아온 고향 길이었기에 저마다 할 얘기가 많았을 터이다. 한적한 변두리 말구유에서 들려오는 아기 예수의 울음소리는 그렇게 묻혀 지고 있었다. 꿈속에 그리던 아이.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던 요셉과 마리아. 보통 아이와 다른 뭐가 있을지 이리저리 살폈으리라. 비록 동물의 처소였으나, 구유의 틈새 사이로 드리운 달빛도, 박사들을 인도했던 별빛도 찬란한 그 밤. 왠지 생각만 해도 정감이 흐르는 시골의 풍경이다.

주님은 그 곳에서 그렇게 숨을 쉬어가셨다. 사람이 눕지 않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안식처를 만들어가셨다. 닫혀 진 하늘 문, 에덴의 동편 문을 열고 계셨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예비해 가셨다. 가난한 길거리의 사람들 속에서 자라셨고, 나사렛동네 목수 아저씨들의 굳은 살 박힌 손길들 속에서 사랑스럽게 커 가셨다.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천하다고 버림받은 인생들, 병진 몸이기에 들어가지 못하고 성전밖에 서성거리는 사람들, 거친 성격이거나, 욕심 많은 세금 쟁이라 왕따 당한 사람들까지도 주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분의 숨결이 뿜어지는 곳마다 세상은 하늘의 생기로 새로워졌다. 그분의 음성이 들리는 곳마다 지으신 만물조차 순종하며 따랐다.

2009년 새해. 로뎀은 우리의 옆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영혼을 찾아 나서는 들의 목자들이 되어, 부흥과 성장과 성숙을 이루는 축복된 해가 될 것을 확신한다.

최순철 - 0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