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아니라 제자가 되라 하시기에

나는 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말씀을 전하된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멋쟁이 설교자가 되어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도사 시절부터 강단 목회를 부르짖었다. 강단 목회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선배 목사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목자의식과 신실한 소명의식을 감추려했다. 난 잘 못 생각했던 것이다. 예수님은 내가 목사가 아니라 제자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목사는 기술을 읽히는 자이지만, 제자는 주님의 성품을 삶속에 흐르게 하는 자이다. 예수의 성품을 닮아가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목사라는 신분으로 살아온 20년의 세월이 나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지식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부담으로 인해 더욱 외식하는 사람이 되어 갔다. 성경적인 지식은 있지만 실천할 용기가 없는 비겁한 인간이 되어갔다. 이런 고민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평생에 싸워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섬기는 오늘의 현장을 보면, 나의 고민만큼이나 고민하면 몸부림치는 교인들을 본다. 영적인 거룩한 언덕을 상실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어느 노랫말처럼 ‘서로 비벼대는 가시나무가지’처럼, 가시 돋친 말과 가득한 분노로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는 것 같다.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눈에 띄었다니, 아니 아직까지 무디어지지 않은 영적 민감함이 남아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믿음이 잊혀져가고 있다. 신앙의 생기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 누군가를 찾고 있다. 무디어진 심령에 불을 붙여줄 사람을 찾고 있다. 아골 골짝 빈들에 흩어져 엉켜 있던 마른 뼈들이 살아나도록 외쳐줄 성령의 사람을 찾고 있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하나님의 감동하심을 나를 대신 외쳐줄 동지를 찾고 있다. 성령님 안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읽되 늘 한결 같이 영적 산책을 즐기는, 그러면서도 굳건한 골방기도의 습관과 신앙일기를 써가는 성숙한 사람들이 되라. 매일성경묵상은 참으로 놀라운 간증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삼품백화점이 무너지면 생명을 위협했던 사자의 아가리에서 묵상자의 목숨을 건지셨던 하나님. 무너지는 성수대교의 끝자락에서 뒷걸음질 치지 못하도록 달아나게 하셨던 천사의 출현.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우리도 간증하자.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야할 제자의 길이다.

최순철 - 02/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