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새고 있습니다

세상은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 곳입니다. 나의 비밀이 새는 것은 언제나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말하지 않는 동안만큼만 지켜지는 것이 비밀입니다. 내가 말하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나에 대하여 비밀을 털어 놓는 사람은 대게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사이일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입이 무겁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나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묵묵히 기도해 줄줄 알고 털어 놓습니다. 그런데 그 비밀이 새고 흘러 돌아 퉁퉁 부풀어져 내게 다시 돌아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이 세상의 체질은 본질적으로 죄악이 장악한 토양이기 때문에, 언제나 어디서나 틈만나면 가시덤불이 우거지게 됩니다. 그것은 인간관계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어제까지 좋았던 관계가 사소한 일로 인해 섭섭해진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았는데, 그 말이 부풀어져 섭섭케한 사람에게 들어가면 끝장나는 것입니다. 다시 안볼 것처럼 등을 돌립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참 세상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느낌이 자주듭니다.

그렇다면 이왕지사 이렇게 되어버린 세상에서 씁쓸한 조소를 날리며, 푸념하며 살아야 할까요? 아니지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 세상은 원래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실망하지 마세요. 그리고 의외로 좋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비밀을 지켜주면서 가슴앓이를 담아주는 번제단의 재통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혹시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무엇보다 내가 마음을 바꾸면 됩니다. 내가 털어 놓았으면 언젠가는 이렇게 저렇게 돌아오겠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 때문에 흔들리지 않으면 됩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렇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누군가 남의 말을 하는 사람은 내 말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통같은 신실한 사람들은 결코 남의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좋은 정보를 나누는 일, 들어서 따뜻한 이야기 외에는 남의 말을 입에 담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지켜보십시오. 섣부르게 털어 놓지 마세요. 그리고 가급적 아버지께 스스로 나아가 스스로 내려놓으시고, 맡겨 보십시오. 그분께 내려놓는 순간 새 힘이 솟고,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다만 남의 말을 하지 않는 나를 보여 주십시오.

최순철 - 08/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