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에서 빛난 성탄

2009년 12월 20일 성탄절기념예배를 드리는 날. 어제부터 내린 폭설로 25인치가 넘게 버지니아 전역을 뒤덮인 눈 때문에 우리는 지금 골방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오순절 성령강림을 위해 모였던 120문도들의 간절함으로 이 날을 여러분들과 함께 의미 있는 성탄절로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예수께서 태어나신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드리는 성탄절. 세상은 이 날을 휴일의 개념으로 몰아가고 있고, 그리스도의 나심을 부각하기를 꺼려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더 성탄의 기쁨을 알리고 함께 즐거워하는 마음을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나심은 참으로 뜻밖의 일들로 가득합니다.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통해 성령으로 잉태되심이 그러합니다. 당시 상황으로는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었습니다. 예상 밖의 일은 메시아 성탄에 찾아온 축하객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들과 목동들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이방인입니다. 별을 보고 우주의 운행을 연구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목동들은 대게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밤과 낮을 바꾸어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날, 이 미국 땅에서, 하루의 일거리를 얻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기회를 기다리면서 추위에 떨고 있는 불법 체류 라티노(Latino) 노동자들과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되고 기쁜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신실하게 율법을 지키고 제사를 드리고 금식을 하며 선행에 힘쓰던 종교인이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힘겨운, 신분이 불안하여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언제 일자리를 떼일지 모르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목자들이었습니다.

성탄을 묵상하다가 가슴깊이 던져본 질문이 있었습니다. 지금 직업적인 성직자로 살아가고 있는 나는 괜찮은가? 재림의 주님을 맞이함에 있어 나는 준비되었는가? 이 묵상의 끝에서 다시 묻고 있습니다. “주님,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성탄의 은총에서 어떻게 하면, 그 은총을 받은 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 가운데, 두 가지의 대답이 제 마음에 깨달음으로 왔습니다.

첫째는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목사라고 해서 당연히 믿음도 좋은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더욱 깨어서 기도하고 근신하는 것입니다. 제게 주어진 위치가 제 자신의 영달과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겸손하고 낮게 처신하는 것입니다. 제게 주어진 물질이 저 자신의 욕심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신실한 청지기로서 살아가도록 힘쓰는 일입니다. 더 높고, 더 크고, 더 비싸고, 더 보기좋고, 더 영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일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성탄의 은총을 나누는 일입니다. 복되고 기쁜 소식을 들고, 어려운 분들의 아픔을 살피고 함께 나눔으로 아파하면서, 들의 목자같은 분들에게 임하는 하늘 은혜의 부스러기라도 얻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은총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낮은 곳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슬픔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낮은 곳에 처하여 진실하게 통회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의 아픔에 참여하고, 자신의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만이 하나님의 천사의 역할로 쓰임 받을 것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최순철 - 12/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