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에서 완성되는 빛의 그림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입니다. 디카가 나오기 전에 아날로그 카메라 사진은 35mm짜리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사진 전문가들은 대게 개인 암실에서 자신의 사진을 직접 현상했습니다. 오래 전 저는 필름이 현상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사 아저씨께서 어린 저에게 암실까지 들어와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경고 했습니다. 필름이 다 현상될 때까지 밖에 나갈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는 절대 문을 열고 나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빛으로 그려진 사진이 현상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영혼에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형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형상이 이뤄지기 위해선 암실과 같은 삶의 어두움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영웅들 가운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인물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그리고 그의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과정 속에서, 또한 광야로 내보내시는 그 분의 거친 손길을 통해 마침내 한 시대를 책임질 수 있는 정금 같은 믿음의 그릇들이 만들어집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때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암실의 아픔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도 컸습니다. 어두운 시간을 통해 우리의 믿음을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해 주시며, 그 후 새로운 사역을 맡겨주시는 주님의 섭리를 목격한 한 해였습니다. 그 때마다 암실에서 뛰쳐나오고 싶은 욕망이 컸습니다. 그러나 문은 이미 잠겨 있었기에 그 분의 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주님의 형상이 우리 가운데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범사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도 찬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암실마저도 하나님의 빛이 뚫고 들어오는 장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빛은 우리 심령 안에 들어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줍니다. 그래서 환경은 어두움으로 꽉 차 있을지라도 우리 영혼만큼은 하늘의 소망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줍니다.

요사이 어려워진 경기로 가슴을 졸이는 지체들을 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고 있습니다. 암실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은 이때에 여러분은 주님의 형상이 우리 안에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을 또한 기대합니다. 힘내십시오. 정상의 막바지는 시작보다는 조금 더 힘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고비를 반드시 뛰어 넘으십시오. 그로 인해 여러분 안에 그려진 하나님의 형상이 나타나게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최순철 - 02/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