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길을 열어간 사람

성 금요일 아침.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달려오신 부모님들을 모시고 디씨 벚꽃 축제 현장을 찾았습니다. 해마다 갖는 여행이지만 금년에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성금요일이라서 달랐고, 놀러 가는 길이 아니라서 달랐습니다. 2시간여에 걸쳐 도시를 누비며 구경나온 인파들을 향해 기도의 소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일 아침 새벽예배를 마치고 마태복음 27장 45-56절의 말씀을 묵상하는데, 대낮에 해가 빛을 거두고 그리스도의 수난을 가리 우며 함께 슬퍼하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우리를 향하신 그분의 외침은 지금 어떤 음성일까 생각했습니다. 죄와 사망을 이기고 다시 살리실 그분의 부활. 성소의 휘장이 찢어져 둘이 되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 무덤들이 열리며 자던 성도의 몸이 일어나 ‘예수 부활하셨다’를 외치며 세상을 두렵게 했던 그날.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갈 수 있는 새롭고 산 길이 열렸던 그날. 희망이 시작되었다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랬기에 부모님들께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도시를 위해서 중보기도사역을 함께 하겠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이어 받아 세상에 희망의 다리를 놓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남아공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희망은 참으로 아름다운 맛이었습니다.

역사 대대로 수백 년 동안 백인 우월주의의 사회 구조 속에서 철저히 유린 당해왔던 원주민(흑인)들의 삶은 아픔과 수모로 얼룩진 흔적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랬던 나라가 1993년도에 새로운 헌법을 재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건들과 사태가 거듭되면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94년 온 국민의 직선제 투표로 선출된 흑인 대통령 만델라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피 한 방울 흘림 없이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흑인들의 인권 운동을 하다가 이미 27년간의 옥중생활로 아픔과 슬픔이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적들을 향해 칼을 겨누기보다는 사랑으로 용서하였습니다. 영원히 하나될 수 없었던 인종주의의 깊은 골은 한 사람의 사랑으로부터 매워져간 것입니다.

하루는 감옥에 있을 때 딸이 찾아와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습니다. 만델라는 아이를 안아 들고 한참을 침묵하더니 딸의 소원대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희망’이라 지었습니다. 아이를 ‘희망’이라 부르며 만델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감옥에 있는 동안 희망이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단다.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희망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야.”  그렇습니다. 그가 품었던 그 희망이 끝내 그를 살렸고, 훗날 그는 위대한 지도자로 세워진 것입니다.  희망을 지닌 사람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할 수 있습니다. 부활의 희망, 만물이 약동하고 소성하는 희망. 내가 살고 나로 인해 세상이 살게 될 그 희망으로 이 부활의 아침을 열어갑니다.

최순철 - 0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