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줄의 노래

가 조지 프레드릭 왓츠가 그린 <소망>이라는 작품이 있다. 한 여인이 남루한 옷차림으로 하프에 머리를 기댄 채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이다. 상흔이 가득한 낡아빠진 하프는 여기로 저기로 끊어진 줄이 마치 여인의 헝클어진 머릿결처럼 흩어져 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한 줄이 하프의 존재를 여인의 손에서 떼어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마지막 한 줄에 소망을 걸고 있는 여인의 간절함이 담긴 그림이다. 한 줄로 무엇을 노래할 수 있을까? 하프의 귀재라 해도 한 줄 하프로 무엇을 노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여인은 한 줄로도 부를 노래가 있었다. 하나 둘 끊어져 갔던 한 줄 한 줄의 시간 속에서 겪었던 현장의 이야기가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애정의 줄, 형제자매의 우애의 줄, 사업의 재물의 줄, 친구의 우정의 줄, 몸의 건강의 줄, 이성의 연정의 줄들이 끊어져 갈 때 마다 칠 흙 같은 질곡에서 몸부림을 쳐야만 했었다. “이젠 소망이 없다”해도 어울릴 현실이었다. 화가는 마지막 남은 한 줄을 ‘소망’의 줄로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재질로 그려 넣고 있다. 한 줄로 여인은 ‘사랑’을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인 다윗의 노래도 그러했다.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시27:10). 가정의 울타리 안에 함께했던 이들이 내 곁을 떠나고, 같은 꽃길을 거닐며 함께 지나간 시간들을 나누었던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남겨두고 하나 둘 떠나갈 때, 쓰디쓴 인생의 잔에 눈물을 섞어 마실 때, 내일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공간에서 홀로 숨을 들이쉬며 어두움을 마실 때마다 함께 하신 그분이 다림줄 되어 나로 소망을 잃지 않게 하셨던 것이다. 십자가에 만연히 흐르는 사랑의 노래만큼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가? 내 삶에 마지막을 노래하기까지 결코 끊어지지 않고 녹슬지 않을 사랑의 줄이다. 낮 빛이 해롭지 아니하며, 달빛이 해할 수 없도록 울타리를 두르시고 너와 날 보호하시는 한 줄의 사랑. 칠 배나 극렬한 불가마속에서도 고른 숨을 쉴 수 있도록 평안은 누렸던 다니엘의 친구들처럼, 빌립보 옥사에 갇혀 잉여의 몸으로도 찬송을 부를 수 있었던 바울과 실라 처럼,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요나처럼, 내 인생에 마지막 남은 한 줄이신 주님의 사랑으로 조용히 나를 움직이며 세상을 움직여 가자.

겨자씨 속에서 새들이 깃드는 나무를 바라봄같이 마지막 남은 내 인생의 한줄 만으로도 소망이 확실한 미래를 본다. 밤하늘 별 빛 하나만으로도 베들레헴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께 경배할 수 있었던 박사들. 마지막 한 줄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그가 보길 원하시며, 그가 말하기를 원하시며, 그가 생각하기를 원하시며, 그가 행하기를 원하심 따라 살리라 마음을 다져본다.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하여도 언제나 열려있는 하늘에 소망을 가지고 꿈을 노래하리라.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서로 다른 한 줄로 누구는 윗소리, 누구는 아랫소리, 누구는 중간소리로 저마다 자신의 몫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리라. 세상에 화려한 여러 줄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천상의 단아한 영혼의 소리를 마지막 남은 주님의 다림줄에 소망의 소리를 실어 세상을 새롭게 하리라. 해오름가정들이여! 소망의 노래로 넘쳐나라!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케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롬15:13).

최순철 - 0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