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가 남긴 작은 십자가

1993년 추운 겨울. 모스크바에서 만난 작은 십자가. 다섯 개를 하나로 묶어 만든 이 작은 십자가는 북녘 땅에서 탈북한 자매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다. 손때 묻어 검어진 작은 십자가. 나무젓가락 두깨로 잘 다듬어진 자그마한 십자가였다. 자매는 십자가를 만들어 나누면서 복음을 전하다가 얼마 후 붙들려 북녘 땅에서 순교했다고 한다. 내가 건네받은 십자가, 더 이상 그로 인해 만들어진 십자가는 볼 수 없다. 나는 오래도록 작은 십자가의 묶음 속에서 순교의 길을 걸어간 자매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남긴 십자가의 의미는 자신이 성도임을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러셀 코넬 대령은 시민전쟁이 일어났을 때, 지휘관으로 있으면서 급히 후퇴하다가 그만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고 아끼던 지휘도를 그곳에 두고 오고 말았다. 이 일로 몹시 속을 태우던 그는 링이라는 용감한 소년에게 그 지휘도를 가져오도록 명했다. 이 소년은 목숨을 걸고 적진에 들어가 칼을 가지고 나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적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이 소년은 그 칼을 코넬 대령에게 바치고 눈을 감으면서“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십자가에서 나를 구원하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나의 친구이십니다.”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평안히 눈을 감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당시 무신론자요 회의론자였던 코넬은 그 소년 앞에 무릎을 꿇고 “오! 주여, 이 소년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주여, 이 소년이 만났던 하나님을 위해서 저도 제 남은 생애를 드리겠나이다.”라고 결단했다. 그는 나중에 신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 신학원을 세웠다. 이 학교가 바로 미국 보스톤 교외에 있는 골든 코넬 신학대학원이다. 그 후 템플 대학교를 세워 많은 지도자를 양성했다. 한 소년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십자가를 품고 용기있게 적진을 향해 뛰어간 소년이 남긴 지휘도를 움켜쥐었던 코넬처럼, 이 종 또한 작은 십자가를 마음에 새겨준 북녘의 이름 모를 자매의 순교를 생각하며 숨쉬는 날 동안 십자가의 정신으로 복음에 불붙여 외치리라 다짐해본다.

최순철 - 07/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