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비어있던 방 하나가 어제부터 온기로 채워졌습니다. 비어 있을 땐 서늘했던 방이 지금은 훈훈한 기운이 돕니다. 봄방학을 맞아 돌아온 딸아이가 채워준 온기였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제법 산들거리는 나뭇가지도 여유로워 보입니다. 지난 밤 내린 봄비로 차가웠던 땅들이 녹아졌는지, 여기저기서 지렁이들이 꾸물 꾸물거립니다. 꽃망울들도 마음껏 부풀어져 있습니다.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봄은 언제나 마음에 따뜻함을 줍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몸도 절로 기지개를 켜게 됩니다. 딸 맞이 방 단장을 위해 몸을 움직였습니다. 침대를 옮기고 손이 닫지 않던 곳까지 몰래 숨어든 먼지들을 닦아내는 동안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듯 했습니다.

봄이 주는 새로움에 감사합니다. 이 봄엔 늘 하던 대로 보다는 생각지 못한 일을 좀 해 보시면 어떨까요? 서랍장 깊이 묵어가는 빛바랜 주소록 펼쳐들고 기억 속에는 잊혀 졌으나 한때는 소중했던 사람이기에 받아쓴 이름과 전화번호들, 어쩌면 바뀌었을 법한 번호들이지만, 쓰여 진 이름의 잉크마저 번지고 퍼져버린 사람들이지만 반가운 이를 찾아 추적의 전화 한통은 어떨까요?  저녁한상 물리고 가정예배를 삼아 절전(?)도 할 겸 촛불하나 켜놓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에 과일 다과 나누면서 도란도란 추억의 이야기로 지나온 뒤안길을 되돌아봄은 어떨까요? 아니면, 가까운 공원에라도 한 가족 어울려 함께 걷는 은혜로운 산책은요? 한가한 소리지요! 하지만 이런 쉼의 시간이 있어야 그 다음이 시원스럽죠.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느리지 않게, 조심스러우면서도 담대하게 내딛는 발걸음으로 주워진 삶의 현장에서 빛나게, 맛스럽게 살아보아요. 오늘은 이래도 내일은 보다 햇살 가득한 아침을 맞게 될 것입니다.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최순철 - 0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