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의 두들김소리

어린 시절 시골 장터가 생각납니다. 닷새마다 펼쳐지는 장터는 그야말로 활기가 넘치는 삶터였습니다. 재래식 튀밥을 튀기는 뻥튀기 아저씨의 “뻥이요!” 소리와 함께 귀를 막고 도망치는 친구들. 뽀얀 김이 무럭무럭 올라 서서히 사라지고 나면 몰려드는 코흘리개 아이들손에 한주먹씩 쥐어주시는 인심 좋은 아저씨. 냄비를 때우는 아저씨, 구멍 난 고무신을 깁는 아저씨 앞에 쪼그려 앉은 몸빼 입은 어머니들.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 매고 뒤집힌 사과상자위에 얼마간의 채소들을 올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시골 아낙들. 삐에로 복장을 한 약장사 아저씨의 차력 쇼. 한 줄 한 줄 적다보니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 군요. 참으로 진풍경이었습니다.

그중에 하나 대장간의 모습은 어린 저에겐 한참을 쳐다보게 하는 신기한 장면이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풀무질하는 보조대장장이.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이라도 하듯 웃통을 벗어젖힌 대장장이의 망치소리는 참으로 경쾌한 느낌이었습니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쇳덩이를 두들길 때면 ‘저렇게 두들긴다고 뭐가 만들어질까?’ 싶은데 잠깐 후면 호미, 괭이, 낫, 말발굽, 부엌칼들이 하나 둘 쌓여 갔습니다.

평범한 연장을 위해서는 적당히 달구어 적당히 두들겨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특별하고 귀한 칼을 만들때는 그 두들김이 달랐습니다. 칠 배나 뜨거운 풀무불속에서 달구어졌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쇠망치로 두 사람이 양쪽에서 두들겨 댔습니다. 더 귀한 보검일수록 하루를 두들기고 이틀을 두들깁니다.

그렇습니다. 대장장이의 두들김처럼 하나님도 저와 여러분을 보검을 만들 듯이 두들겨 가십니다. 대장장이의 두들김 소리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복음의 소리입니다. 선지자들의 외침입니다. 사도들의 가르침입니다. 주님 오실 그날에 알곡 되게 하시려고, 하나님의 때에 더욱더 귀하게 쓰시려고… 우리의 신음소리를 외면하신 채… 두드리고, 내려치고, 밝고, 깨뜨리십니다. 더욱더 단단하게 하시려고 거절당하게 하고, 실패케 하고, 수치를 당하게 합니다. 초라하고 외롭게 하십니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처하게 하십니다. 그랬습니다. 우리를 앞서간 선배들도 그렇게 빛되어 살아갔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어 갈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최순철 - 0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