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간 항아리의 속삭임

낡은 지게에 지팡이 하나, 닳고 달은 항아리 둘이 전부인 새벽 물장수 아버지의 이야기다. “지나온 날에 눈이오나 비가 오나 새벽 물지게 지며 살아오신 물장수 아버지. 그에게는 두 개의 물 항아리가 있었다. 오른쪽에 하나, 왼쪽에 하나. 그런데 언제부턴가 왼쪽 항아리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주인에게 미안해진 왼쪽 항아리가 자신을 버리라고 속삭였다. 주인은 ‘너와 내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너로 인해 내가 살았고, 너로 인해 아이들이 컸고, 너로 인해 이웃들이 나의 친구가 되었는데, 내 어찌 너를 멀리 할 수 있겠는가? 그보다 더 소중한 것 한 가지. 너와 내가 함께 걸어온 길을 따라 새겨진 땀방울, 고단했던 내 인생에 함께 해준 동행의 고마움. 때로는 아파서 울던 신음소리도, 기쁨에 벅차 감격으로 소리쳤던 웃음소리도, 삶에 지쳐 푸념했던 한숨소리도 말없이 물통에 담아주더니 나도 모르게 깨어진 틈새사이로 살며시 흘려주더니 새어나간 물방울과 함께 길 따라 날아든 씨앗들의 싹을 틔워 꽃길을 이루었다. 이름 모를 들풀들이 조화롭게 넘실거리는 꽃동네가 되어가도록 너는 그렇게 조용히 세상을 바꾸었다. 그렇기에 너의 깨어짐은, 그렇기에 너의 금 간 사이로 새어난 물방울은 너의 부족함에 대한 부끄러운 눈물이 아니라. 새벽마다 함께 묵묵히 담아냈던 생수로 넘쳐흐르는 희망의 눈물이었다. 너이기에… 난 너를 사랑하고 네가 그저 지금 이렇게 내 곁에 머물러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가자. 함께 가자. 너와 내가 함께 해왔던 집으로 가자.

기독교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죄인이라 부른다. 마치 금이 간 항아리처럼 부족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부족해도 그 안에 예수님이 함께하시면 약한 것이 오히려 유익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비천하고 낮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을 통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자기 자신이 금이 간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예수님 손에 붙들리기만 하면 놀랍게 쓰임 받을 수 있다. 고난을 유익으로 바꾸고 열약한 조건에서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떡이신 그리스도, 십자가 복음의 능력인 것이다.

최순철 - 04/2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