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길 목사 은퇴‘내 목회는 실패?’

“제 목회 40년을 뒤돌아보며, 제가 롤 모델로 삼았던 미국 대형 교회 목사들을 볼 때, 예배당 크고 사람이 많이 모인 거 외에 (교회가 세상과) 뭐가 다른가? 제가 그 허상을 좇아왔어요. 지금도 큰 것, 그것뿐이에요. 목표가 잘못 설정됐어요. 그런 점에서 제 목회는 실패예요. 그 사람들이 하는 제자 훈련도 해 보고 선교도 열심히 했지만, 속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모르고 여기까지 왔어요. 다음 세대는 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목회 생활 40여 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이다. 교계 원로이자 복지 재단 이사장인 홍 목사는 CBS ‘크리스천 NOW’에 초대받아 김응교 교수(숙명여대), 김종희 대표(<뉴스앤조이>)와 대담을 나누었고, 이 자리에서 자신의 목회가 많이 부족했노라고 고백했다.

홍 목사는 미국의 대형 교회를 본으로 삼았던 점을 후회했다. 로버트 슐러, 잭 하일스, 척 스미스 등 한때 교회 성장의 붐을 일으켰던 목회자들과 대형 교회를 목표로 두었다. 홍 목사가 목회한 시절은 교회가 문을 열면 사람이 몰려들 때라 좋은 교회를 잘 따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교회를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교회에는 거대한 예배당만 남았고 한 영혼을 귀히 여기는 그리스도인은, 열매는 남지 않았다. 홍 목사가 가장 가슴 아파한 대목이다.

홍 목사는 자신의 실패를 후배들이 넘어서길 바랐다. 기성세대가 물러나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는 세대가 등장해야 한국교회가 산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사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남에게 하는 설교가 아닌 자신에게 설교하는 자세, 하나님의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듯 당신도 나를 따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목사나 제자 훈련은 가짜라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홍 목사가 그리운 건 ‘꾸중’이다. 홍 목사는 고 옥한흠·고 하용조·이동원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 4인방이라 불리며 깊은 교제를 나눴다. 바쁜 와중에도 서로 시간이 맞으면 바로 만났고, 만나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이렇게 친밀하면서도 친구가 잘못한 점은 망설이지 않고 지적했고, 꾸중을 들은 친구는 잘못을 바로잡았다. 서로 친하면서도 상대가 엇나간다 싶으면 정신 번쩍 나게 한마디 해 주는 벗. 그것이 4인방이 교단을 초월해 사역을 이끌어 나가고 각자 교회를 성실히 섬길 수 있도록 해 준 힘이었다. 목사가 목회에 파묻혀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살지 않도록 거울이 되어 주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순철 - 11/2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