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 간다

12월 중순이다. 어느 덧 한 해가 저물어간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덧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의 의미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러시아 정교가 지배하던 1800년대 초, 부패한 세상을 개혁하고자 계획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실패하는 바람에 그는 나이 28세에 체포되어 시베리아에서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집행관이 사형 직전, 그에게 5분간의 시간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5분은 비록 짧았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생애의 햇살이 어둑해져가는 서산마루. 붉게 물든 태양이 전신을 감추듯 인생의 해가 지고 있었다.

‘마지막 5분을 어떻게 쓸까?’고민 끝에 결정했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의 기도를 하는데 2분, 그리고 오늘까지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 마디씩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2분, 나머지 1분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금 최후의 순간까지 서있게 해준 땅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삼키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잠깐 생각하며 작별인사와 기도를 하는데 벌써 2분이 지나 버렸다.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돌이켜 보려는 순간 “아~! 이제 3분 후면 내 인생도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나가 버린 28년이란 세월을 금쪽처럼 아껴 쓰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아~!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 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갑자기 황제가 보낸 특사가 달려오면서 “사형을 멈추어라. 황제께서 사형 집행 중지명령을 내리셨다.”라고 외쳤다. 사형집행이 중단되었고, 그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풀려 난 그는 사형집행 직전에 주어졌던 그 5분간의 시간을 생각하며, 남은 생의 순간순간을 소중이 여기며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가 바로 톨스토이에 비견되는 세계적 문호로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영원한 만남”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도스토예프스키이다.

한 해가 저물 듯 우리 인생도 저물어간다. 황혼의 햇살에 붉게 물들인 하늘처럼 정갈스럽게, 웃음 가득한 얼굴로 저물어가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해 보자.

 

최순철 - 12/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