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따르는데 목자는 어디로 가는지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를 따르느니라! 주님 말씀이시다. 목자에 의해 받아진 양은 그 목자를 따르게 되어 있다. 양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다. 그냥 따르게 되어 있다. 다른 길이 없다. 험난함도 고려하지 않는다. 불가능과 가능을 가름하지 않는다. 목자가 가자면 가고 서자면 서고, 건너자면 건넌다. 다른 여지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
목자는 그리스도이시다. 양들 앞에 한발자국 앞서가는 목자의 목소리를 내는 목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양의 신분으로서 목자일 뿐이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네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아니하면 주님 가신 그 길을 결코 따라 올 수 없다고 하셨다! 죽고자 하지 아니하면, 죽지 않고는 따라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주님을 이끄셨던 성령. 요한의 세례에서 일어나셨을 때 들려온 음성.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라! 그때에 성령께서 이끌어 가셨던 광야 40일. 식음을 전폐하고 양떼를 이끌어갈 길을 닦고 계셨던 주님. 메마른 광야에서 춥고 굶주리셨던 그곳에서 갈보리의 언덕을 향하여 첫발을 내딛고 계셨다.
사람들은 오해했다. 어렴풋하게 기억했던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처럼 설마 했으나 역시 죽음의 길을 향하여 걸어가셨다. 예수님을 따르라는 말에 결코 우리 생애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가장 끔찍한 일. 가장 수치스럽게 벌거벗겨진 채 가시면류관이 씌워졌고, 얼굴에 침뱉고 갖은 모욕을 퍼부었다.

십자가에 매달림. 저주를 받은 자만 매달리는 나무가 저만치 있는데, 만약 오늘 주께서 나에게 ‘거기까지 가자’그러면 가는 거다! 우리의 형편이 어떻든 어떤 상황이든 자다가 깨서라도 물으실 때. 머리가 터져 나갈 만큼 고민하다가도 나를 따르라! 말씀하시면 따라가자!

나를 따르라는 음성을 마음으로 듣게 된 자라면 그는 산자다. 진짜 양인거다. 오늘 내게 물으신다면 저는 엎어졌다가도, 넘어졌다가도, 벌떡일어나‘주님 따르겠어요!’‘따르겠어요!’
말하겠다. 그 길밖에는 없다. 우리가 어떤 은혜를 입었는데, 우리가 어떤 사랑을 받았는데, 나를 어디서 구원해 주셨는데, 마음이 지치면 엎어져서 주님 앞에 매달리고, 내 가슴을 찢어서라도 주님 옷자락 부여잡고 ‘주님 따르겠어요!’그러면서 벌떡 일어나자. 어서 일어나자. 주님을 높이며 찬양하고 예배하는 그곳으로 모여들자. 어서 가자. 그리스도의 신부들이여! <2015년 사순절 세 번째 주일 아침에>

최순철 - 0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