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쓴 것이며 또 돌 판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마음 판에 쓴 것이라(고후3:3)

편지
손 편지를 써본지 아득한 옛날입니다. 누런 갱지를 노트로 사용하던 6,70년대. 고등학교부터 저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4인 1실 기숙사 생활을 했던 시절. 매 토요일 아침 청소 청결 점호가 끝나면, 7층 최신식 건물이 들썩이듯 이리 시내로 외출하는 친구들, 귀향해 외박할 친구들, 활기찬 얼굴로 짐을 꾸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내 친구들. 이미 마음은 고향집 부모님 앞입니다.
오후가 되면 텅 빈 방마다 하나 둘.. 책상머리 앞에 앉아 있는 내 친구들이 눈에 띄었죠! 먹줄을 튀긴 듯 큼지막한 파란 줄 쳐진 누렁이 편지지를 꺼내들고 로뎅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같은 포즈 마냥 골똘한 생각에 빠져 듭니다.
침 발라 쓰던 연필에 지우개 달려 나오던 시절. 어느덧 글 쓰는 손엔 막 개발된 153 모나미 볼펜들이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건너 방 친구의 딸깍딸깍 거리는 볼펜소리에 어느 덧 자신도 모르게 비트를 맞추어 딸깍거림이 시작됩니다. 거기에 째깍째깍 거리는 시계 초침소리, 어쩌다 시간을 알리는 괘종소리의 뎅그렁~! 뎅그렁! 적막한 기운이 감도는 기숙사의 정적을 깨웁니다. 그럴 때면 마치 토실토실한 알밤 까먹는 듯.. 기숙사 뒤편 담벼락에 붕어빵 포장마차 아줌마 단팥고물 가득한 빵 한 잎 베어 물고 오물거리는 듯..입 꼬리가 올라갑니다.
그렇게 보고 싶고 그리움 가득한 마음의 소리를 적어 편지를 써 내려갑니다. <부모님 전상서> 아버님! 어머님! 일양 기체 만강 하옵시고..소자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가내에 평안과 안녕을 빕니다.. 다시금 글월을 올릴 때까지 기체 만강(시작할 때 썼는데 하하) 하세요..하하하! 겨우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아빠 엄마 해야 할 어린 것들이..아버님! 어머님!그렇게 불러야 만 했던 시절..그땐 그랬습니다. 아버지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 초등학교 선생님 가정 방문을 하는 날이면 종일 설레고 두근거렸던 시절.. 순수했던 마음을 이제는 먼지 쌓인 앨범 속 빛바랜 사진 한 장 추억으로 떠올려 봅니다. 오늘 그 어린 날 순수했던 마음 되살려 하늘로 가는 귀향길 오르기 전에 우리 남은 생애 새롭게 다짐하여 새 출발하는 새로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철 - 01/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