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조차 빛내는 햇살처럼

그리하면 네 빛이 아침같이 비췰 것이며 네 치료가 급속할 것이며 네 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말하기를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사58:8-9)

한 겨울인데 봄비처럼 쏟아졌다. 일주일 내내 겨울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은 창문에 따뜻한 햇살이 한 가득이다. 화단 곁에 심긴 나뭇가지들 햇살을 가르고 창문에 그림자를 그려 놓았다. 잠시 창가에 드리운 햇살 곁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는데, 문득 초등학생(그땐 국민학생)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1960년대. 저 어린 시절 겨울은 몹시 추웠다. 문풍지 떨리는 겨울 찬바람에 얼어붙은 대장간 문고리는 손바닥에 쩍쩍 달라붙었다. 교실마다 조개탄 난로 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뿌연 연기들.. 화끈화끈 달아오른 난로 위 친구들 도시락이 벽돌을 쌓듯 올려 진다. 그렇게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은 햇살 드는 창가로 모여들어 몸을 녹인다. 그렇게 정오를 넘기며 점심시간이 되면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끈한 도시락(그땐 밴또) 뷔패가 펼쳐지고, 김치, 콩, 멸치 등을 넣고 흔들어 비벼 먹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바탕 젓가락들고 설쳐대면 배를 채우면 식곤증이 몰려왔다. 햇살 드는 곳에 엎어져 어쩌다 껌뻑 껌뻑이다 눈에 들어온 광경이 있었다.
햇살에 비친 먼지들의 향연이다. 대기 중에 먼지들이 친구들의 움직임 따라 날고 있었다. 그늘가운데 있을 땐 보이든 먼지들이 햇살가운데 들어가면 보이지 않았다. 햇살은 먼지조차 빛나게 했다.

죄에 대한 상관관계도 이와같은 원리일 것이다. 내가 빛 가운데 있을 때는 빛에 의해서 빛나는 먼지처럼 십자가의 보혈로 용서받은 죄인들의 얼굴이 해같이 빛남 같고, 내가 어둠가운데 있을 때는 자기 눈에 들보같은 죄는 감추고, 의로운 척 다른 이의 티 같고, 먼지 같은 사소한 것들을 고발하려든다. 그러나 성령의 사람은, 거듭난 사람은 빛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다른 이들의 사소함이 눈에 띄지 않는다. 빛에 눈이 부셔 용서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진다. 그렇기에 그런 얼굴엔 빛이 서리고 따뜻함이 묻어난다.

최순철 - 01/2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