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자리엔 희생의 싹이 난다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갈 때에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것을 붙들어 그에게 십자가를 지워 예수를 따르게 하더라(눅23:26)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면 그를 위한 헌신도 기쁨이요, 그를 위한 희생도 거뜬하고 그를 위한 순종도 기꺼움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나의 헌신이, 나의 순종이, 전혀 얘기치 않은 낯 서른 사람을 갈등 가운데 빠뜨릴 수 있습니다.
주께서 십자가를 지고 언덕길을 오르고 계셨습니다. 매맞아 지친 몸으론 감당키 어려운 무게였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가신 골고다 언덕길은 아버지를 위한 순종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목에서 붙들린 구레네 사람 시몬. 그가 진 십자가는 억지로 지워진 짐이었습니다. 같은 길 같은 언덕을 오르고 있었지만, 주님의 길과 시몬의 길은 전혀 다른 의미의  길이었습니다. 주님의 길은 순종의 길이요 시몬의 길은 희생을 강요당한 긴장의 길이요. 자신의 일조차 포기해야만 했던 갈등의 길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면 그를 위한 순종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문도 모른 채 순종을 강요당하면 그것은 억울한 희생입니다. 그런데 시몬의 희생은 훗날 더 값진 순종을 낳았습니다. 사도 바울의 복음 사역에 동역하는 가정이 되었습니다. 한 시대 한 가정과 가문과 나라를 그리스도께 열어드리는 순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 주를 위한 순종의 자리에 나의 희생을 필요로 부르신다면, 다른 어떤 핑계보다도, 다른 어떤 명분보다도, 다른 어떤 가치 있는 일 보다도, 그 희생에 자신을 지불해야 합니다. 주님과 나 사이 다른 어떤 것으로도 자신의 입장에 토 달지 않음이 맞습니다.

이는 나의 순종 때문에, 나의 헌신 때문에, 나의 섬김 때문에, 다른 이의 희생이 강요된다 할지라도 나의 순종이 진정 주를 위한 순종이라면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 순종의 언저리에 함께 선 그 사람도 언젠가 당신이 따른 그 순종의 길을 부름 받아 뒤따를 테니까요.

오늘도 그렇게 부름 받아 지구촌 구석구석 오지의 산간벽촌으로, 아골골짝 빈들로 떠나간 사람들. 그리고 도시 공간 한 복판에서, 진리를 수호하며, 삶으로 몸부림치는 이 땅에 거룩한 영혼들. 순종의 자리에서 희생뿐 아니라 희망의 싹을 내게 하옵소서!

최순철 - 02/26/17